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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왜 이 모양일까! - 미동
 해바라기  12-11 | VIEW : 4,368
“언니집에 김장하러 간다! 나 없는 동안 집 잘 봐!”

“두 부녀(父女)간 대화도 많이 하셔!”

한마디 던지고 집사람은 횅-하니 가출했다.




예전에는 ‘얼씨구! ’콧노래 불렀지만 이제는 왠지 싫어진다.

나이 흐른 탓일까. 아니면 의지력이 약해진 탓일까.

딸아이는 입가미소가 귀에 걸렸지만 난 왠지 마음이 썰해지고

입가에 헤설픈 웃음이 진다. 세월이 많이 흘렀나보다.




퇴근 후 귀가하지만 왠지 썰렁함이 거실공간을 맴돈다.

문소리에 친자확인하듯 빼꼼히 눈만 내밀고

딸아이는 제방에 틀어박혀 코빼기도 안비친다.

괜시래 썰렁한 분위기에 마음도 침울해진다. 왠지 어두운 밤이 싫다.

땅거미가 내린 거실은 어둠이 감돌고 적막강산된다.

사는게 왜 이모양인지 모르겠다. 괜히 푸념만 늘어놓는다.




“저녁 뭘 먹을까!”

“떡뽁기가 일품이라며!”

딸아이를 꼬드킨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했던가!

둥둥 팔걷고 나서는 모양새가 만만챦다.  떡뽁기준비로 부엌은 아수라장된다.

집사람이 ‘아서라!’했던 이유를 이제야 이해할 것 같다.

‘괜한 소리했나?’ 뒤늦게 깨닫지만 엎지르진 물이다.

찬찬히 살펴보니 그래도 나름의 특색있는 작품을 만든다.

가래떡넣고, 고추장넣고, 양파, 양배추, 등등을 넣고 끓이는 모양새를 보니

어디서 많이 보긴 본 모양이다. 순식간에 거실주변에 맛난 냄새가 풍긴다.




“다 되었어!” 우렁찬 소리가 벽을 타고 흐른다.

엄청난 떡뽁이가 식탁위에 넘친다. 2인분이 넘쳐 보너스 5인분은 족히 됨직하다.

집사람은 손이 작은데 딸아이는 손도 크다. 속은 밴댕이 닮았는데 이상타....

시집가면  집안 거덜은 시간문제 일 것 같다.




딸아이 정성에 한편으로 눈물겹고 고마움이 넘친다. 울뻔했다. 아까워서...

딸아이 떡뽁이는 친구들이 알아준다면서 너스레를 떤다.

말없이 한 점 찍어 입에 넣는다. 맛보다 정성이 고마울 뿐이다.

“짜지! 그렇지!”

“응, 조금 짜지만 그런대로 괜찮아!”

자라나는 세대에 찬물 뿌릴 수 없지 않은가.

딸아이는 다시 물을 추가해 끓어낸다.

뭔가 2% 부족한 것은 틀림없는데 뭔지 모르겠다.

미각은 제맛을 조금씩 잃어간다. 곡기해결이 우선이다.

딸아이 앞이라 그냥 꾸억꾸억 집어삼킨다.

“야채를 좀 더 넣으면 좋겠네!”

딸아이는 또 다시 떡뽁이에 푸른배추를 쑹쑹 넣고 끓여낸다.

떡복기 닮았는데,,,뭔가 맛이 이상하다. 미각은 중심 잃은지 한참 지났다.

“남은것은 내일 아침에 먹으면 되겠네!”

딸아이는 한참을 바라보며 야릇한 표정으로 갸우뚱 짓는다.




딸아이 정성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집어 삼킨다.

입가에 흐르는 어색한 미소로 화답한다.

속은 매운고추 먹고 맴맴하는 모양새가 된다.

자꾸만 자꾸만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요즘 사는게 왜 이 모양일까!!!!

저 모양도 많은데......




오늘따라,

집 떠난 사람이 더욱 그리워지는 것은

결코 떡뽁이 탓만 아닐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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