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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美親) 자(者)의 고질병(痼疾病)> - 뒤꿈치 들고
 해바라기  12-08 | VIEW : 3,667
<미친(美親) 자(者)의 고질병(痼疾病)>

미친(美親) 자(者) -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자 -멋대로 풀이?


칠흑 같은 사위(四圍)에 설광(雪光)도 좋으련만,

그 좋다던 이맛전 외눈박이의 광채(光彩)조차도 있으나마나

시야는 기껏 헐떡이는 다음 걸음 겨우겨우 내딛는 곳이 고작이고,

온 몸뚱어리 중무장에 게릴라 벙거지로 빠끔히 내놓은 두 눈에.  

눈두덩엔 고드름 열리고, 입엔 밭갈이 하는 황배기의 거친 숨소리뿐.

흔적조차 없는 길에 정강이까지 빠지는 허방다리 눈밭을

애당초 없는 호연지기와 본 적도 없는 '비로(毘盧)자나'님의 광명(光明)으로 꼬득여,

덜 여문 놈 이끌고 사태 진 골을 기어오르는 곰 두 마리.



야음(夜陰)을 틈타 오기와 무모함을 작정하지만,

퍼붓는 함박눈에 빈 관리소는 ‘통제한다’는 말 한마디 없고,

생사(生死)앞에서 진퇴(進退)의 번민(煩悶)은 갈마들고,

일심(一心)으로 정진한다는 일주문(一柱門)도 없는

희방사(喜方寺)를 지나도 잠 많은 스님들 가엾은 중생들 붙잡지도 않고,

어린 놈 앞에서 큰소리 뻥뻥거리던 에비의 체면이 뭔지,

홀로 산행이었다면 ‘통제하더라’ 되돌리는 발길를

거짓부렁 핑계로 체면은 덜 구겨질 수도 있었을 터인데.

응석 많던 놈은 되려 모처럼 날궂이에 호기심과 의연(毅然)함 더해가고....



함박눈 내리는 날은 적막도 더한다더니

적막한 어둠속 곤히 잠들었던 나목(裸木)들,

한밤중 불청객의 헛기침에 놀라며 단잠 깨운 놈들에 보복이라도 하듯,  

덮고 자던 하얀 이불을 불청객에게 걷어차 뒤집어씌운다.

'그 어디에나 길이 있고 어디에도 길이 없네'라며

지 좋아하는 노랫말 인용하는 에비의 체면과 고집에 덜 여문 놈 숨넘어가고,

걸으면 숨가쁘고 종아리 땅기고 쉬면 등떼기 시려오고 발가락 에려오고,

어린 놈 달래고 얼래며 두 시간 내외의 없는 길을 갑절의 시간 끝에,

깔딱고개를 지나 미명(未明) 속에 연화봉(蓮花峯)에 오르자

그제서야 ‘중생 구제’한다며 범종(梵鐘)이 울린다.

이미 반쯤은 극락(極樂)에 이르렀는데...

어린놈도 안도(安堵)의 마음이었는지 동대문 열고

하얀 화선지(畵宣紙)에 노란 대국(大菊) 한 송이 그리고,

큰 놈도 전리품(戰利品)이라도 얻은 양 의기양양하여 영역 표시를 한다.

‘그 전인미답(前人未踏)의 눈밭에 오줌 눈 자(者) 누구이던가?’



어느덧 여지없이 여명(黎明)은 밝아오고, 눈 긋고 하늘도 서서히 열리니,

철쭉의 잔가지에 마저도 탐스런 설화(雪花)는 이미 만개(滿開)하고

마저 열리는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살에 그들도 영롱한 웃음 가득하고....

‘그 누가 겨울 산이 잠들었다 했나?’

그 자는 필시,

과묵(寡黙)하면 다 자는 줄 알고 적막(寂寞)하면 죽은 줄 아는 자(者)이며,

설산(雪山)에 때로 피는 황국(黃菊)의 미(美)를 모르는 자(者)이며,

비바람을 이기고 피어야만 꽃이고, 눈보라를 이기고 핀 설화(雪花)는

모르는 자(者)이렸다.

울긋불긋해야만 아름다운가!  백장미, 싸리꽃, 함박꽃, 산딸나무 꽃은 어쩌구...

되려, 벌 나비들도 구들장 끼고 겨울 잠 아니 잔다면,

틀림없이 벅찬 날개짓으로 고공비행 마다하지 않았을 게다.

시린 향내 가득한 그 탐스럽고도 영롱한 짧은 유혹을 위하여....



그날 13시간에 지옥과 극락을 오 간 산행을 마치고

두 사내는 눈에 갇혀 소백산(小白山) 아래 민박집에서 다짐했다.

비밀이라고....

죽을 뻔하지는 않았다고,

다만, 호연지기(浩然之氣)와 '비로(毘盧)의 광명(光明)‘만을 보았고,

그저, 설산(雪山)의 황국(黃菊)과 설화(雪花)는 아름다웠노라고,

그리고 미친(美親) 여행이었을 뿐이라고...



입 싼 것은 외탁한 것이 틀림없는 놈은 어느 해에 기어코,

오래 전 사내들만의 결의(結意)를 짓밟아버렸고,

눈발이라도 날리라치면

미친(美親) 자(者)의 고질병(痼疾病)은 어김없이 도지고,

때 되면 낌새를 느끼고 극구 말리는 이.

'미(美)는 뜨뜻한 구들장에도 있다’며

‘미(美) 쳤단다’

이제 그 어린놈도 무엇이 그리 바쁜지

사내들의 설원(雪原) 재결의(再結意)를 도모하자 꼬득여도

고개를 내젓는다.

그 놈이 안타깝게도 미(美)를 쳐 버린다.


<해바라기>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감사히 듣다가,

밤이 길어 , 너무 길어 긴 밤 만큼이나 긴 사연 올립니다.

수고하시고, 따뜻한 볕바라기 되는 날 이어지시길....






정태춘,박은옥님의 <떠나가는 배>
뒤꿈치 들고 12-07 23:30
신청곡 2 ▶ 김민기님의 <봉우리>


<국화빵을 굽는 사내> - 정호승 -

당신은 눈물을 구울 줄 아는군

눈물로 따끈따끈한 빵을 만들 줄 아는군

오늘도 한강에서는

사람들이 그물로 물을 길어 올리는데

그 물을 먹어도 내 병은 영영 낫지 않는데

당신은 눈물에 설탕도 조금은 넣을 줄 아는군

눈물의 깊이도 잴 줄 아는군

구운 눈물을 뒤집을 줄도 아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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